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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ung Beom Hur
《투명존재》는 나의 의식과 무의식, 또는 그 사이의 모호한 경계에 관해 말하고 있다. 20대 중반, 4년 동안 원인 모를 병을 앓았다.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침대에 누워있거나 이런저런 상상을 하는 정도였다. 종종 꿈과 현실 그리고 상상의 경계가 흐려질 때면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의심하기도 했다. 그 당시 느끼고 경험했던 의식과 무의식의 혼재, 관계의 부재에 따른 공허함, 정체성의 상실을 표현하고 싶었다.
어찌 보면 비극의 끝자락까지 갔었던 이 경험은 나에게 삶에 대한 애착을 심어주었고, 내면 깊숙한 곳에 있던 강한 생명력을 마주하게 했다. 나의 글과 사진들은 내가 겪었던 아픔을 직접적으로 묘사하고 있진 않지만, 그것을 외면하거나 숨기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음울한 나의 영혼의 색깔을 담담하게 표현함으로써, 내가 예술과 관계를 맺는 근본적인 이유인 나의 내면과의 만남을 통해, 결국 나의 정체성과 존재를 재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그것은 절망적이기보다는 오히려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무심코 스쳐지나 버릴 수 있는 오브제와 광경들은 나의 손길을 통해, 나의 시각을 통해 관찰되고 때로는 재구성되어 새로운 생명력을 갖는다. 비극을 경험했기에 세상에서 희망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싶은 욕구가 절절한 것이다.
《투명존재 / Im Invisible》
허승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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